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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ː 오늘 하루

시작. 지난 190일에 대한 정리

by 'RA-ON' 2020.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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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감을 떨치고 이겨내는 '나' 이고 싶어

이렇게 추운겨울 상해치사로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로

고인을 기억하고 앞으로의 나를 위해 극복하는 방법이 되길 소망하며 적습니다.

 

 

요즘 들어 내 이야기를 어딘가에 털어놓는 다는 것이

점점 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벌써 7개월이 흘렀다.

살아계실때 단 한번이라도 '아버지' 라고 불러본 적이 있었나 싶다.

 

어렸을 때 기억엔 세상에서 한 없이 크고 자상하고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든든한 사람

 

머리가 커지면서는 무조건적인 불만과 핑계의 대상이었고

 

어느순간 "아빠한테 혼났다" 에서 "아빠랑 싸웠다" 가

되면서부터는 쭉 이 힘듦에 대해 100%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아버지는 내가 중학교 2학년 될 때 쯤부터 몸이 좋지 않으셨다.

 

잦은 음주와 흡연으로 고혈압에 괴롭힘을 당하시다가

결국 고등학교 넘어갈즈음 만성신부전증 판정으로 오랜 기간 복막투석을 해오셨다.

 

그로 인해 돈벌이 와는 오랜 시간 거리가 멀었고

자연스레 본인의 친구들과도 담을 쌓았다.

 

자존심도 강했고 지금 내 나이 즈음에 친구들은 슬슬 안정을 되찾아갈텐데

나 혼자 건강도 재산도 변변치 않은데다 자식들마저 그로 인해 등 돌리고 반항한다면

'나라도 그랬을 수도 있겠다' 라고 지금에서야 조금씩 아버지란 사람을 이해해가고 있다.

 

내가 20살이 되었을 때

2006년 1월 1일 새해에는 집에 빚쟁이들이 쫓아왔고

어린 나는 우격다짐으로 나가라며 싸웠다.

 

그들 입장 따위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때는 그랬다.

 

간신히 남아 있는 동전을 쓸어모아 시장에서 떡국떡 500원 어치와

할인중이던 저렴한 라면 2개를 집으니 수중에 있던 1,700원이 모두 사라졌다.

 

비참하고 원통하다 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단지 배가 고팠고 남들 하는것처럼 떡국을 먹어야

나도.. 우리도 남들처럼 새롭게 시작 할 수 있을 것만 같아

네 식구가 둘러 앉아 한강물이 된 라면에 떡을 넣고 말없이 씹어 삼켰다.

 

새해의 두번 째 날이 밝았고

나는 어머니가 저녁에 식당에 나가 벌어오신 2만원을 들고

말죽거리 라는 곳으로 새벽 첫 차를 타고 출발했다.

 

동네 아는 형님의 추천으로 방송 조명팀에 신입으로 들어갔다.

생전 처음 보는 장비들. 어색한 사람들의 막둥이 놀리기에 혼이 쏙 빠질때쯤

 

겨울연가에서 봤던 남이섬으로 뮤직비디로 촬영이 있다며 출발

너무 신기하고 짧지만 배를 타고 들어가는 시간 동안 너무 행복했다.

 

이제 내 삶도 달라질 것만 같고

돈을 벌면 지긋지긋한 가난과도 안녕 할 수 있을 거란 생각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부도나기 전으로. 사기 당하기 전으로 돌아가서

 

크고 넓은 집에 각자의 방이 있고

각자의 방엔 각자의 가구와 침대가 놓여져 있고

쌀통에 쌀이 있는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장마철에 비가 새지 않는 그런 집에서

 

동생이 못 먹을까봐 눈치보며 고기 한 점 입에 넣고는

쌈장만 듬뿍 넣어 밥 한 공기 다 없어질 동안 씹지 않아도 되는 그냥 그런..

 

 

그 뒤로 시간이 흘러 벌써 34살

 

당신을 미워하면서도 조금씩 당신을 이해해가는데

이제는 그 이름이 이 세상에서 지워졌다는 것이 너무 슬프다.

 

아직 기억한다.

2011년 11월 부산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나는

몇 달 동안 일요일조차도 잘 쉬지 못하고 새벽까지 일을 했다.

 

어느 날 아침

아침 체조를 하는데 팔을 올리는데 느낌이 이상하다.

결국 1시간도 안되 일은 터졌고 나는 양쪽 어깨를 수술했다.

 

평생 양쪽팔을 못쓸거라고 했다.

하지만 긴 시간 수술과 재활 끝에 극복해냈고

 

아버지 당신 역시도 이젠 건강을 되찾아 새 삶을 살기를 바랬다.

 

2012년 처음으로 시작한 영업직은 나에게 굉장히 잘 맞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1등이란 것도 해보고 무엇보다 그로 인해

 

당신에게 내 왼쪽 신장을 기증해 줄 수 있었다.

 

거의 100%에 가까울 정도로 당신에게 딱 맞았던 내 신장은

이제 당신의 신장이 되어 오랜 시간 당신을 괴롭히던 투석에서 벗어나게 해주었고

 

누구보다 건강한 웃음으로 내 결혼을 축하해주고 축복해주었던 아빠

 

2019년 12월 19일 내 생일..

엄마의 전화로 알게 된 당신의 상태..

 

폭행으로 인한 턱관절 골절과 그 충격으로 인한 뇌출혈과 뇌압상승으로

병원 이송 도중 심정지가 1회 왔으며.. 소생치료는 불가하다는 그 말..

 

가해자는 미안하다는 말 대신 체포되기 전까지 변호사를 알아보고 다녔으며

1심 재판이 끝난 지금까지도 미안하단 말 한마디 없이

 

그저 재판장님께만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고

검사님께서 10년 구형을 내려주셨지만 살인자인 당신에겐 고작 2년 선고..

 

감사히도 검사님이 항소를 재기해주셨고

나와 내 가족이 놀란것은 당신 또한 그에 항소를 했다는 것

 

대체 나의 아버지를 아니 한 사람에 대해 그 가치와 값어치를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많은 힘든 일 속에서도 나를 사랑해주었고

가족을 사랑해주었고 이제 일도 할 수 있다며 기뻐하던 내 아버지..

 

늦었지만 많이 사랑하고 보고 싶습니다.

 

7/1일부터는 이 무력함과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내 가족들에게 힘이 되는 내가 되고자 힘내서 많이 웃고 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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