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ː 오늘 하루

10년만에 헌혈의 집 방문

by 'RA-ON' 2020. 11. 5.

 

 

아침에 갑자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오늘 바쁘냐고 묻는데 뭔가 부탁할 게 있어 보인다.

 

 

사실 작년 말부터 친구의 장모님이 암 투병중이시기에

병간호와 직접 병원생활 오래했던 나에게 가끔씩

이것저것 묻곤 하기에 무슨 일이냐고 되물었다.

 

물론 병원 생활은 직업인으로서가 아니라

환자로서 오래 있었지만 ... -0-

 

 

이번에 수치가 많이 떨어지셔서 수혈이 필요한데

주변에 가능한 사람이 없어서 본인이랑 한명 더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그런 절박함을 알기에 'OK' 했다.

 

 

오후에 짬을 내서 만나 부평역사에 위치한

헌혈의 집으로 방문을 했다.

 

부평역사 KFC쪽을 바라보면 '헌혈의집' 으로

통하는 문이 보인다.

 

 

근데 주차를 하려면 여기서 꽤 멀리 떨어진

주차장에 대고 오라고 안내 문자가 와있던데

 

 

부평 번화가쪽인 북부역 쪽으로 나가면 

역사 안에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고

 

남부역쪽에도 롯데마트 쪽에 주차가 가능하다.

 

단 주차비가 나오기 때문에 남부역쪽에서

롯데마트 조금 못가서 길가에 주차구역이

있으니 그 곳에 대고 가는게 나을것 같다.

 

우린 마침 살 것도 있고해서 롯데마트에

주차하고 헌혈의 집으로 향했다.

 


■ 과연 헌혈이 가능할까...?

 

가면서도 확신이 서지는 않았다.

 

바늘 꽂고 이런건 수도 없이 해봐서

무섭거나 한 것이 아니라

 

'헌혈이 가능할까?' 에 대한 것이었다.

 

결혼 전에 와이프와 갑자기 헌현하러 가자고

했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는 둘다 못하고 나왔다.

 

와이프는 몸무게 미달

(45kg 미만은 불가하다고 알고있음)

 

나는 당시 아빠에게 왼쪽 신장을 이식해드린 상태라

시기가 얼마 지나지 않아 불가판정...

 

결국 둘다 터덜터덜 나왔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지정헌혈' (수혈대상자를 정해놓고 하는 헌혈)

하러 왔다고 말하고는 각자 태블릿PC 앞에 앉아

최근 입원/수술, 복용하는 약, 말라리아 등등...

 

체크를 하고 나와서 잠시 기다리니

선생님이 계신 방으로 안내를 받아 들어갔다.

 

 

혈압을 먼저 재는데 사실 병원생활 오래하면서

트라우마가 있다보니 알콜솜 냄새 같은걸 맡거나

병원에 와있다는 생각을 하면 혈압이나 맥박이 오른다.

 

신장이식을 할때에도 혈압 때문에 불가할 뻔 했으나

약 2시간 정도 꽤 오랜시간 병원 혈압계 앞에 앉아

안정을 찾고 재시도하니 정상혈압이 나왔었기에

 

1차 관문부터 험난했다고 볼 수 있다 -0-

역시나 150/100, 맥박 100  ..

 

릴렉스하라고 병원 아니라고!

 

두세번 더 체크하는데 당췌 시간이 짧으니

뭐 비슷하게 계속 나온다 

 

혈압판정 받은적 없고 혈압약도 먹지 않는다

말씀드리곤 체혈하고 신장 증여한지 6년 정도

되었다고 말씀드리니 전화로 원장? 같은 분께

여쭤보더니 잠시 뒤에 가능 할 것 같다고 안내받았다.

 

휴...... 살 떨리는 시간이었다 😅

 

잠시 뒤에 헌혈을 하러 이동했다.

 

 

 

고등학교때 학교 친구가 백혈병에 걸려

헌혈을 처음 해봤었고

 

두번째는 2010년인데 그땐 왜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 그때쯤 아빠가 위궤양으로 오래

입원해있을때라 그래서 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10년만에 헌혈...

 

진짜 오랜만에 큰 대바늘이 혈관을 뚫고 들어왔다.

 

병원에서 한 2년 가까이 링거를 달고 살다보니

예전에 건강했던 혈관은 아니라 마땅히 꽂을 곳이 없다

 

대바늘이 간신히 들어가는 혈관을 찾아내주셔서

한방에 성공! 뭐 그냥 다 그렇듯이 따끔한 정도

 

희한하게 주사바늘은 괜찮은데

급체해서 죽을거 같아도 손 따는건 못하는게

이럴때마다 신기하고 스스로 이해가 안된다 😥

 

 

 

 

헌혈하는 자리도 너무 편안하고 좋았다

집에 하나 사두고 싶을 정도의 편안함..? 

 

 

 

누워있으면 앞에 책자 같은게 있는데

거기에 오늘 하루 유의해야할 사항들

 

예를 들면 물을 평소보다 많이 마셔주고

1시간 이내 흡연을 피하고 당일 음주 금지 등

 

몇 장 넘기다보면 위 사진처럼 기념품을 선택할 수 있게

기념품 종류들이 나열되어 있다.

 

그 중에 눈에 띈 것이 '헌혈기부권'

사실 헌혈증이나 이런것을 주는건줄 알았다.

 

친구 장모님께 혹시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해서

여쭤봤는데 당연히 그건 아니고 적십자에서 시행하는

지원사업에 사업비용으로 쓰인다고 한다.

 

 

기왕에 좋은일 하는거 조금이지만 보탬되고자

기부권으로 선택하고 편안하게 누워있었다.

 

혈액관리본부 홈페이지에 로그인하면 확인할 수 있다.

 

친구는 전동칫솔을 골랐다.

나보고는 아주 그냥 허세에 찌들었다고

이Xㄲ가 헌혈 마치자마자 열받게 한다.

 

 

사실 그렇게 보일수도 있지만 한 8년 정도 전부터

큰 돈은 아니지만 월 1만원씩 정기후원을 하고있다.

 

 

그것도 어떻게 시작을 하게 되었냐면

할머니가 돌아가셨단 얘기를 듣고 회사에 급히

반차를 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는데

 

머리가 멍~한채로 걷는 나를 보고는

어떠한 서명에 참가해달라고 앳되보이는

학생들이 부탁을 했다.

 

평소 같으면 '네 괜찮습니다~ 됐어요~'

하고 지나쳤겠지만 그냥 뭐에 홀린듯이

'네.. 네... 네...' 하다보니까 정기후원 하게 되었다.

 

시작은 뭐 얼떨결에 했는데 연말정산할 때

기부금란에 금액이 뜨는것도 뭔가 기분이 좋길래

나에게 큰 데미지가 있는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기분 좋게 쭉 이어갔었고

 

3년쯤 되었을때 그냥 끊을까 했는데

메일이 한 통 왔었다.

 

 

티비 후원문의 광고에서나 봤던 어린 여자 꼬마아이가

덕분에 공부를 시작했다며 고맙다는 영상 메일이었다.

 

뭐 사실 여부를 떠나서 뭔가 1%의 사람에게

1%의 도움이라도 되었다면 족하단 생각으로

뿌듯하기도 했기에 그냥 그대로 두었다.

 

 

엄청 어려웠던 시기를 겪었을 때

당연하게도 별거 아닌 돈이나 그 어떤것 마저

누군가에겐 엄청나게 간절한것임을 알기 때문에

 

100% 투명하고 공정하게 쓰인다는 것엔

확신할 수 없지만 티끌만한 도움이라도 되면 좋겠단 맘

 

 

헌혈 끝나고 나오니 과자와 음료수를 주셨다.

그리고 헌혈증과 함께 기부권도 함께 주심 ^^

 

 

그리고 사진 찍고 있는데 문자가 한 통 도착한다.

 

음... 물 많이 마셔야하고...

오늘 달마새우 도착했는데 소주는 못먹겠구나...😥

 

음료수 원샷하고 그렇게 친구에게 헌혈증 건네주고

각자 갈 길로 헤어졌다.

 

무탈하게 잘 회복하시기를 바라면서

우리가족도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미약하나마 행한 선행들이 꼭 도움이되길 바란다.